파괴된 사나이

알프레드 베스터의 SF + 마초 소설, 그런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김명민주연의 영화가 먼저 나온다. 하긴 동일한 제목이니까, 내용은 전혀 딴판이다. 작가인 알프레드 베스터는 1940년대 미국 대중문화(특히 만화 스토리)의 걸출한 작가라고 하는데 그대로 배어나오는 작품이다. 현재의 기준으로 본다면 좀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재미는 확실히 보장한다. 제1회 휴고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독심술이 판치는 24세기, 계획적인 살인은 이미 70년전에 사라진 사건이 되었다. 그런 시대에 어떻게 계획 살인을 할 것인가? 이것이 소설의 시작을 장식하고 주인공인 벤 라이히와 링컨 파웰의 대결이 소설의 중반을 이끌고 나간다. 그리고 "파괴"라는 주제가 마무리를 짓고, 그렇지만 소설의 반전을 장식하는 것은 얼굴없는 사나이에 대한 꿈이다. 지금봐서는 문제가 있지만 정신분석이 인기를 끌던 20C초반에 지어진 것을 감안하다면 무난한 배정이다.
SF에 해당하는 부분은 바로 독심술이다. 어떻게 독심술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미래사회를 그럴싸하게 묘사할 것인가? 나머지 부분들은 선과 악의 남자주인공들이 대결하는 하드보일드류의 소설이므로 대중문화 작가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을 부분일 것이다. SF소설이 다른 소설과 가장 구별되는 부분이 현재는 없는 기술, 사상등이 어떻게 설득력있게 글속에 새겨져 있는가? 바로 이 부분때문에 20C초반기의 SF황금기에서 현재까지 살아남은 작가들은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락크, 하인라인등밖에 없다. 나머지 작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비록 허구이긴 하지만 설득력있는 묘사가 SF의 핵심이다. 이 부분에서 독심술에 대한 묘사는 상당히 그럴 듯 하다.

살인사건이 있었으므로 추리소설의 면도 있는데 그 면에서도 새겨둘 부분이 있다. 바로 사건이 발생하기 위한 조건 1. 기회 2. 수단 3. 동기 라고 명쾌하게 정하고 있다. 만약 추리소설을 구상한다면 필요한 부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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